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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랑낄로 세계여행

by 책읽는엄마곰 2021. 7. 12.

 

 

여행 가고 싶다~~~~~~~~~~~!!!

팔라우도 가고 싶고, 몰디브도 가고 싶고, 끄라비도 가고 싶다. 후덥지근한 해변에 앉아 콜라 한 잔 들이켠 후, 땀이 마르기 전에 바닷물에 들어가고 싶다. 맨발에 쓰레빠 끌고 헐벗은 차림으로 돌아다니다가 맘에 드는 노천 식당에서 현지 음식 사 먹고, 조잡하고 화려한 기념품도 사고 싶다. 저녁 든든히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곯아떨어졌다가, 아침에 눈 뜨면 아침밥 뭐 먹을지, 오늘은 어느 해변으로 나가볼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코로나 이전이라고 해서 그렇게 지낼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소중한 여행을 가려면 소중한 월급이 필요하니 소중한 시간의 대부분을 출퇴근하며 써야한다. 열대의 해변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기는커녕, 일주일 휴가를 초단위로 의식하며 숨 가쁘게 휴식해야 했다. 안전과 위생이 걱정되어 남미는커녕 동남아시아 여행을 할 때도 숙소를 신중하게 고르고는 했다. 그러니 판데믹 전에도, 판데믹 중에도 어떤 종류의 여행은 로망일 뿐이고, 나는 오늘도 용감하고 활달한 이들의 여행을 보며 대리 만족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삼십 대 초반까지만 해도 "언젠가 나도 저런 여행을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이고, 쟤는 저런 여행을 잘도 하네"라고 생각한다는 것.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만큼 포기하는 것도 많아진다. 

 

뜨랑낄로 세계여행

 

오늘 소개하고 싶은 유튜버는 뜨랑낄로 세계여행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뜨랑낄로이다. 즐겨보던 여행 채널들이 코로나 유행 이후 사실상 해외여행이 중단된 데 반해 뜨랑낄로는 2020년 2월경 시작한 여행이 현재 진행 중이다. 주로 남미 쪽 나라들을 여행하는 영상 위주로 보고 있는데, 덕분에 코로나 유행 중인 남미의 일상도 함께 볼 수 있다. 영어가 꽤 능숙하고 스페인어도 잘 구사해서 국적이 어딘지 찾아본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태어나 군대도 다녀온 한국 사람이다. 대학교 진학 이후 호주, 캐나다 등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며 익힌 생활밀착형 외국어인 듯. 

 

뜨랑낄로의 매력은 특별한 컨셉 없이 진행되는 담백한 여행의 풍경 더하기 친화력이다. 여행 중이므로, 또는 촬영 중이므로 시도하는 대화가 아니라, 이 사람은 진짜로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한다는 느낌이 팍팍 든달까. 뼛속까지 아싸인 우리 부부는 뜨랑낄로의 영상을 보며, 저 사람은 진짜 인싸라는 말을 자주 한다 ㅎㅎㅎ 

 

자기계발 강의로 유명한 김미경 원장이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릴 때 피아노를 잘 쳐서, 본인의 재능은 피아노인 줄 알았다. 사람들 대부분 직업으로 연결되는 장점을 재능으로 여긴다. 그런데 이제 돌아보니 본인의 재능은 말주변이었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 모아놓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고, 본인의 이야기를 아이들이 좋아했다. 그게 직업이 되어 이렇게 유명해질 줄 그때는 전혀 몰랐다... 대강 이런 이야기였음. 그런 면에서 뜨랑낄로의 재능은 호기심이 많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능력이 아닐까.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돌아본다. 등을 잔뜩 웅크리고 로블럭스에 열중한 열세 살 아들의 재능은 무엇일까. 국영수미술체육같은 거 말고, 저 아이의 빛나는 점을 나는 제대로 알아보고 있는 것일까. 어느 장소에서건 고요하게 머무를 줄 알고, 온순하지만 분위기와 뉘앙스는 잘 읽어내는 저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덥고 습한 여름밤에 일상이 무료하다면 뜨랑낄로의 영상을 보며 맥주 한 잔 마셔보길 추천한다. 

포르투갈의 시골마을과 부다페스트 야경, 세르비아 가정과 오토바이 사막 여행을 보며 일상의 안온함 속에서 세상의 넓음을 체험해 보시길. 열대야 속 선잠을 자지만, 꿈에서만큼은 알프스의 풍경과 사막의 별들을 만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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